월경성 환경오염 문제
-국가간 환경분쟁사례를 통해 본 동북아 환경문제의 해결방향  

 이인수 (환경부 국제협력관)

 

I. 서언
II. 국가간 월경성 환경분쟁 사례 및 분석
III. 동북아지역 월경성 환경오염 문제와 현황
IV. 동북아지역 월경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방향
V. 결어

 

I. 서언
최근 루마니아에서 금광폐수가 유출함으로써 헝가리, 유고 등 국제하천의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이 큰 환경피해를 입게 되어 월경성(越境性) 환경오염 문제가 세계의 언론을 장식하면서, 국가간 환경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위치해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도 지리적인 여건과 급속한 경제개발상황이 맞물려 환경분쟁의 가능성이 항상 잠재해 있기 때문에,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월경성 환경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환경오염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다. 오늘날의 환경문제는 그 영향이 광범위하여 개별 국가를 넘어 인접국가에까지  직·간접적인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국가간 분쟁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루마니아의 금광폐수로 인한 환경오염사고도 그러하지만,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의 산불도 이웃하고 있는 아세안 전지역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어 인접국가들에게도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환경의 세기라고 일컫는 21세기를 맞이했지만 지구촌에서 환경재앙이 누그러들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은 어디에도 없다. 산성비 등 월경성 대기오염, 다수 국가가 인접해 있는 연안의 해양오염, 부족한 물자원의 확보를 둘러싼 국제하천 유역 국가들간의 다툼, 하천의 오염에 따른 상·하류간의 갈등 등 환경분쟁의 가능성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지구차원의 환경문제는 이제 지역협력, 지구차원의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기구(UNEP)등 환경관련 국제기구들은 이와 같은 광범위한 환경사고를 재앙이라 규정하고, 이에 대비한 국제차원의 대응노력과 지역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맞붙어 있는 동북아지역은 어떠한가? 한·중·일이 지리적, 경제적·사회적으로 뿐 만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도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 현실을 감안하면 월경성 환경오염 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동북아 지역은 정치적으로 대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경제대국인 선진국 일본, 그리고 선진국의 문턱으로 발을 내딛고 있는 한국이 위치하고 있다. 아직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 몽골, 그리고 경제적으로 전환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정치적 상황이나 경제적 발전정도가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환경문제의 해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지역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력과정은 환경분야 외에도 정치ㆍ외교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분야가 연계되어 있으며, 이들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다루어 져야 하기 때문에 문제의 복합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적인 월경성 환경분쟁 사례를 알아보고, 한ㆍ중ㆍ일 3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지역 환경문제의 현황과 그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협력의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II. 국가간 월경성 환경분쟁 사례 및 분석

  1. 루마니아 금광폐수 유출로 인한 하천오염 분쟁
최근 루마니아 북서부 헝가리 접경 도시인 Baia Mare에 위치한 금광에서 상당량의 시안화물이 인접하천으로 방류되어 물고기, 조류 등 서식동물이 폐사하는 심각한 환경재해가 발생하였다. 오염의 진원지인 루마니아와 피해국인 헝가리 및 유고간 피해배상 문제가 외교이슈로 비화되는 가운데, EU는 유럽 최대 하천인 다뉴브 강까지 오염시킨 이번 사태를 체르노빌 원전 이후 최악의 유럽 환경재앙으로 간주하여 대책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고는 루마니아 북서부에 위치한 Baia Mare 댐이 범람하면서 동 지역 Aurul 금광의 중금속이 하천으로 유입되어 발생한 것으로, 50-60Km의 긴 띠를 형성하고 Tisza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물고기 수 백 톤을 비롯하여 플랑크톤 등 생물체의 90% 이상을 파괴하였다.  헝가리 등 인접국은 어민들의 피해와 관광수입의 격감 등 큰 피해를 입었으며, 「국경을 초월한 산업오염에 관한 유엔결의」등 관련 국제규범들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강력히 제기할 방침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헝가리와 루마니아는 환경각료간 긴급회담을 갖고 오염사고의 피해규모 산정을 위한 양국간 실무조사위원회의의 구성과 루마니아와 헝가리, EU간 3자 법률전문가가 참여하는 「피해보상방안 검토위원회」의 구성에 합의하였다. 루마니아는 이번 사건은 과거 공산정권 및 그 이후 경제체제 전환 과정에서 자국을 위시한 동구국가들의 소홀한 환경인식에 대해 일대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반성하고 있다.
헝가리 측은 오염사고의 직접책임자인 루마니아·호주 합작의 Aurul 금광회사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며, 시안화물 오염사고를 정치문제가 아닌 환경문제로 간주하고 법적인 절차를 통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피해를 당한 강 유역의 정화를 위해 EU 기금의 재분배 가능성을 시사하였으며, EU로서는 헝가리, 루마니아 및

 기타 국가간의 피해회복 노력에 개입하지는 않고 오염하천의 회복 노력에 대해서만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를 발생시킨 루마니아 정부는 금광회사에 모든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방지시설의 보완 필요성 제기에 대한 환경부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였다고 금광회사를 비난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국인 헝가리는 Tisza 강의 취수를 전면 중단하고 물고기, 조류 및 야생동물이 전멸하였다고 발표하고, 하천주변 250만명 주민에 대한 음용수 공급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EU는 피해지역을 방문한 Wallstrom 환경담당 집행위원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과 피해정도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며, 헝가리와 루마니아는 손해배상의 주체를 규명하고 책임의 규모를 평가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양국간 전문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상태이다.
사고의 해결은 국가간의 직접적인 패해 배상보다는 사고의 직접 책임자인 금광회사에 대한 피해배상(민사) 사건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업행위 금지, 취수중단 등 오염사고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치가 않다.  EU를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오염된 하천의 복원과 관련하여  기술적,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신속한 책임규명과 사고해결 움직임은 양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는 EU의 존재와 적극적인 지원노력, 그리고 양국간 적극적인 공동대응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사고자체가 하천을 따라 진행됨으로써 사고의 발생자와 피해자간의 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설정될 수 있었던 것도 사고해결을 위한 노력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국가간 월경성 환경분쟁의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 국제사회와, 특히 역동적인 경제개발과정에 있는 동북아지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류지역 국가

의 국제하천에 대한 이용과 개발은 하류지역 국가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최근 수자원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앞으로 물을 둘러싼 국제분쟁이 빈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하천의 보호와 사용에 관한 국제적 합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월경성 오염과 관련한 국제협약들이 채택되었다. 1992년 헬싱키에서 채택된 「산업사고의 월경성 영향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Transboundary Effects of Industrial Accidents)과 「다국하천 및 국제호수의 보호 및 사용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otection and Use of Transboundary Watercourses and International Lakes) 등이 그것이다. 「다국하천 및 국제호수의 보호 및 사용에 관한 협약」은 오염원으로부터의 수질오염 예방, 오염물질의 통제와 감축, 수질오염의 감시, 연구ㆍ개발, 상호협조, 정보교환 등에 관한 조항들을 담고 있다. 특히 하천유역 국가들은 월경성 오염을 가져올 수 있는 주요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관련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경보체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2. 유럽의 산성비 협상

  1950년대에 들어와 어획고의 감소와 일부 어종의 멸종이 남부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관찰되었으며, 1960년대 스웨덴 호수의 산도 상승 원인 중 상당부분이 외부 국가로부터의 아황산가스(SO₂) 유입에 따른 것이라는 과학적 발견이 나타났다. 그 후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 국가들은, OECD로 하여금 과학적인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여 적어도 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이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유럽경제위원회가 주관하는 협상이 진행되었다.  1970년 이후 산성비 피해는 독일의 흑림(Black Forest)을 비롯한 동구라파 지역에서 심각한 삼림피해의 형태로도 나타났으며, 협상결과 1979년 제네바에서 35개국이 「장거리이동 월경성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에 서명을 하고 동 협약은 1983년 발효되었다. 이 협약이 발효되면서 여러 개의 구체적인 후속 의정서들이 채택되었는데, 1984년에 채택되어 1988년에 발효된 제네바의정서는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이동에 대한 측정과 평가를 위한 협력프로그램들을 규정하고 있다. 1985년에 채택되어 1987년에 발효된 헬싱키의정서는 유황배출물을 최저 30% 삭감토록 하고 있으며, 1988년에 채택되어 1991년에 발효된 소피아의정서는 질소산화물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감축에 관한 제네바의정서가 1991년 채택되었으며, 1994년에는 유황배출물의 추가 감축에 관한 오슬로 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유럽에서의 산성비 협상과정은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등 기존의 정치적, 경제적 협력 전통을 바탕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영국, 서독, 폴란드 등 소극적인 국가들과 중립적인 국가들을 설득함으로써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전문가그룹을 통한 환경모니터링과 자료의 축적은 지역환경분쟁의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며, 신속한 협상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3. 미국 캐나다간 산성비 협상
월경성 대기오염물질을 둘러싼 지역분쟁의 또 다른 사례는 미국과 캐나다간의 산성비 분쟁이다. 1960년대에 캐나다 온타리오주 호수 지역에서 연어의 어획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1970년대에 캐나다는 온타리오, 퀘벡 등 캐나다 동부지역에 내리는 산성비가 미국에서 배출된 막대한 양의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에 기인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월경성 환경분쟁이 발단되었다. 연구결과 캐나다에 내리는 산성비의 50%가 미국의 영향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8년 장거리 대기오염에 관한 연구협의그룹을 결성한 뒤, 1980년 「산성물질 침적문제에 대한 의향각서」(Memorandum of Intend)에 서명했다. 양국정부가 산성비에 관한 양자간 협의를 진행할 것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과학적ㆍ기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협의해 나가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에 따라 1982년 캐나다는 양국이 황산화물을 50% 감축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협상은 결렬되었다. 1992년 미국 부시 대통령과 캐나다 멀로니 수상간 정상회담 결과「대기질 협정」(Agreement on Air Quality)이 체결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협정은 대형발전소의 아황산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등 산성비 원인물질의 대폭적인 삭감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경규제의 강화가 가져올 경제적 불이익을 우려한 산업계의 로비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 유럽에서는 산성비 협상결과가 지역협정이나 의정서 등의 형태로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되었으나, 북미에서는 협상의 결과가 명확히 합의된 형태로 제도화되지는 못하였다. 북미에서의 협상은 보다 큰 피해국인 캐나다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주도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미국도「산성화 평가 프로젝트」(National Acidification Assessment Project)나 청정대기법의 개정 등을 통해 월경성 오염의 예방 프로그램들을 폭넓게 시행해 나가고 있다.

  4. 지중해 해양오염 협상
또 하나의 전형적인 월경성 분쟁사례는 지중해 연안의 경우이다. 1972년 FAO가 지중해 해양오염상황에 관한 보고서에서 오염의 대부분이 산업화된 북부지역으로 부터 기인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1972년 스톡홀름 인간환경회의 결과에 따라 설립된 유엔환경계획기구(UNEP)는 1973년 지중해 해양보전 프로그램을 승인하였으며 1974년에 지중해오염에 관한 웍샵을 개최하여 오염물질과 오염원 목록을 작성하고 하수처리시설의 미비, 산업폐수 방류 선박기름 오염 등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였다. 1975년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지중해 오염방지에 관한 정부간회의에서 실천계획이 작성되고 지중해 연안의 16개국이 「지중해 보전을 위한 행동계획」(Action Plan  for the Mediterranean)을 채택하였다. 1980년 동 실천계획을 근거로 육상오염으로부터의 지중해 보호를 위한 아테네의정서가 체결되었다.
유럽국가들은 자신들이 주된 오염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생산비용을 상승시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는 오염 통제노력을 최소화하고자 하였으며, 제한된 범위의 정보교환과 북부아프리카지역에 환경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북부아프리카 국가들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한 추가비용의 발생이나 수출에 대한 제한이 없는 가운데, 지속적인 산업화를 통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지중해 오염 문제를 이용하여 환경기술을 싼 값에 도입하고자 하였다.
지중해 오염의 분쟁해결 절차를 보면,  UNEP과 같은 국제기구가 중재자의 입장에서 협상을 촉진하고 이익을 차별화 시켜 회의진행을 도왔다. 민감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해당국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오염원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전문가들과 비정부조직의 활동이 외교협상과 연결되어 진행됨으로써 결론이 용이하게 도출될 수 있었다.  

III. 동북아지역 월경성 환경오염 문제와 현황

  1.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월경성 환경분쟁의 가능성은 산성비 문제, 황해 등 해양오염 문제, 그리고 두만강, 압록강 등 일부 하천을 둘러싼 수질오염분쟁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월경성 대기오염과 해양오염으로 인한 환경분쟁은 오염의 진행이 비가시적이라는 점과, 피해와 가해행위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만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의 축적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대기오염은 한국, 일본 등 인접국가들에게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고 있으며, 환경기술이 아직 개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이며, 중국을 지원하여 어떻게 지역의 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인가가 과제가 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의 환경분쟁은 국경간 이동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둘러싸고 오염의 원인과 책임을 어떻게 규명할 것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가를 다루는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먼지 등의 배출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오염물질들이 계절풍을 타고 한반도와 일본으로 이동함에 따라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된 대기오염물질의 20%정도가 편서풍 기류를 타고 한국과 일본의 대기를 오염시켜 이들 국가에 산성비를 내리게 하고 있다고 중국 환경보호총국도 발표한 바 있다. 봄철에 찾아오는 황사 또한 월경성 대기오염물질의 하나 이다. 중국 내륙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일대에서 발생되는 황사는 계절풍을 타고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로 이동해 오는데, 문제는 중국 동부연안 공업지역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중금속을 함께 흡착 운반함으로써 인체와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에 있다.
한편 황해오염도 우리나라가 우려하고 있는 월경성 환경문제로서,

중국 동부연안 경제개발의 가속화와 우리나라의 서해안 개발시대를 맞아 오염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황해의 주요 오염원은 해양으로 직접 방류되는 하ㆍ폐수이며, 1994년 중국의 공업폐수는 216억 톤으로 한국 공업폐수량의 약 30배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과 1998년에 걸쳐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몇 차례 황해오염도를 공동으로 조사하였으며, 이 조사사업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최근 압록강과 두만강이 크게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제하천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월경성 환경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 지역 환경협력이 왜 추진되고 있는가?

  역내 국가들이 지역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1차적으로 환경오염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서 문제해결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지만, 환경문제의 해결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환경협력 과정을 통하여 각 국은 정치ㆍ외교ㆍ경제 등 전체적인 국가 이익의 확보에 보다 더 주력한다고 보아야 한다.

  동북아 지역에서도 역내 국가들간 정치적ㆍ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증가함에 따라 환경협력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환경분야에서의 협력증대는 역으로 경제적ㆍ정치적 협력의 증대를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최근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겪고 있으며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수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기술이 보다 발전되어 있고 국제교역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나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ㆍ강화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3. 지금까지 어떻게 논의되어 왔는가?
국가간 분쟁의 해결방법으로는 환경오염을 야기한 국가에 대해 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피해를 배상토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경분쟁의 국제적인 사법절차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피해의 인과관계 규명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하겠다.
동북아 지역에는 EU집행위원회와 같이 국가간의 분쟁을 중재해 주고 기술적,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줄 지역협력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TEMM), 동북아 환경협력고위급회의(NEASPEC), 동북아 환경협력회의(NEAC), 동아시아 산성비 모니터링 네트워크(EANET), 한·중·일 3국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조사사업, 북서태평양보전 행동계획(NOWPAP) 등 다양한 협력채널들이 각각 가동되어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그러나 아직 현안 환경이슈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중·일 3국간 공동의 실천프로그램 개발도 미흡하다.
또한 장기간에 걸친 환경피해의 원인과 피해정도에 대한 규명, 인과관계의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작업이 추진은 되고 있으나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안고 있다.

  4. 현재 무엇이 문제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문제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월경성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협력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지역 환경협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면서 이다. 그동안 양자간 환경협력협정의 체결, 인적 교류, 민간차원에서의 학술 교류, 공동 조사ㆍ연구활동 등 협력활동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나, 본격적인 지역협력체제의 구축이나 제도화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눈에 띌 만한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동북아지역에서 그간 다양한 협력 채널들이 가동되어 왔으나, 지역 환경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원칙이나 지침을 마련하지 못하였으며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내지도 못하였다. 더구나 실질적인 협력관계의 구체적인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재정체계의 마련이나 사무국의 설치 등 추진체제를 구축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경성 환경분쟁의 해결을 위해서는 각 국별 오염물질의 농도와 배츨량 자료가 서로 공유되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이동해 오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영향과 피해를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영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원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Asia-Rains Model)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성비 원인의 33%가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일본 중앙전력연구소(1992)와 카마이클(1996)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침적되는 황성분 가운데 12∼33%가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일본 역시 17∼50%를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VI. 동북아지역 월경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방향

  1. 지역환경협력을 통하여 무엇을 얻을 것인가?
동북아지역의 월경성 환경문제는 산성비, 해양오염, 하천오염 등이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문제의 해결방법도 유형별로 접근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력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기본적인 목표와 원칙, 접근방식, 그리고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협력과 협상의 방안들이 검토되고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와 일본에 산성비 물질의 상당부분이 중국으로부터 유입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이 환경문제만을 이유로 환경오염의 가해자에 대해 외교적 압력을 가하거나 심각한 환경분쟁으로 몰고 갈 수 없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또는 경제적 고려를 포함한 전체로서의 국가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월경성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국이든 피해국이든 간에 협력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공동의 이익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사국간의 공고한 협력관계는 환경분쟁의 해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동북아 지역의 환경개선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국내 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최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이익을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환경문제 해결에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환경정책의 개발과 재원의 확대 투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역환경협력을 통해 수혜자의 이익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및 한국과의 협상과정에서 환경개선에 필요한 투자자금과 기술의 국내유입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국내 환경개선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오염 주범국가로서의 평가를 완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역협력의 논의과정은, 인적교류와 지식ㆍ기술 교류를 통한 국내 환경문제 해결 역량의 제고, 지역환경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제고 등 부수적 효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한ㆍ중ㆍ일 3국간 환경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공동 조사ㆍ연구사업이나 공동 프로젝트의 수행을 통하여 일본으로부터는 선진환경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며, 중국과는 협력과정에서 긴밀한 유대를 기초로 거대한 중국의 환경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중ㆍ장기적으로 지역협력이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지역 전체로 확대될 경우, 북한이 참여하는 지역협력체제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북한과 정치적ㆍ안보적 긴장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의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야 하는가?
   유럽의 산성비 협상은 다자간에 이루어 졌으며 북미에서의 산성비 협상은 양자간에 이루어졌다. 양자간 교섭에서는 힘이 강한 측이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게 되며, 더구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경우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지역에서의 월경성 오염문제에 대한 협상은 중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한ㆍ중ㆍ일 3국간의 협상에서는 정치적ㆍ경제적ㆍ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국가간 환경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Convention) 또는협정(Agreement)과 후속 의정서(Protocol)를 체결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ㆍ경제적 상황이 서로 상이한 국가들간에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북아 국가간 특히 한·중·일이 공동으로 동북아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환경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문제 및 분쟁의 해결 원칙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추구해 가야할 기본적인 방향은 지역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모든 국가가 함께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협상과 협력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국가간 환경분쟁의 해결방안으로는 환경오염을 야기한 기관에 대해 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피해를 배상토록 하고 국내적으로는 오염원인자를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사법절차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피해의 인과관계 규명도 미흡할 뿐 아니라, 피해지역의 환경개선이 장기간  방치될 우려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동북아지역의 경우 이러한 법적인 해결은 사실상 어렵다고 하겠다.
국제분쟁의 해결원칙에는 오염자부담의 원칙과 피해자부담의 원칙이 있다. 오염자부담은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하는 측이 오염저감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월경성 환경분쟁의 해결과 관련하여 오염자부담의 원칙은 초국가적 권력에 의해서만 실현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간 환경갈등 해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반면 피해자부담 원칙 또는 수익자부담 원칙은 오염저감을 위한 비용을 피해자측이 부담하는 원칙으로, 피해국이 오히려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환경분쟁이 해결된 많은 경우 피해자부담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국가간 환경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시, 환경오염과 피해간 인과관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기가 어려우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ECD는 양자부담의 원칙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모든 해당국가가 오염물질의 배출 및 저감과 관련된 비용을 나누어 일단 중립된 기관에 납부한 뒤 사전에 합의된 비율로 다시 배정받게 된다. 과거 라인강을 정화하기 위해 「국제 라인강 오염방지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독일 30%, 네덜란드 34%, 스위스가 6%를 부담하고, 오염제공국인 프랑스는 30%를 지불한다는 국제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3.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가?
 한ㆍ중ㆍ일 3국은 환경문제 외에도 정치ㆍ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므로, 가해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도 다른 측면에서 양보를 얻어내거나 이익을 얻기 위해 협상과 교섭을 기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분쟁해결원칙을 명확히 하고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한 지원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월경성 환경오염문제를 다루는 기본적인 전략은 갈등과 분쟁의 해결보다는 각국의 공동이익 증대나 협력지향적 협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협력은 역내 국가들간의 경제협력과 연계시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현안과제로 대두되면서 앞으로 배출권거래나 청정개발체제(CDM)등 거대한 국제환경시장을 겨냥해서라도 지역협력 문제를 이러한 국제적인 움직임과 결부시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협상의 초기단계에서는 구속적인 협정의 체결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 부담원칙을 바탕으로 구속력이 약한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전문가그룹을 구성하여, 오염측정망의 공동구축과 공동조사연구, 그리고 지역환경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제고, 환경기술의 이전 및 협력 등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오염자 부담원칙을 기초로 구속력 있는 협정이나 의정서를 체결하는 것은 지역차원에서의 협력 분위기가 충분히 성숙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오염자료의 축적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최근의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와 동북아 환경협력고위급회의는 환경오염데이터의 공유를 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TEMM)때,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이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동북아 환경데이터 및 훈련센터 사업」, 「한·중·일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조사 사업」, 「동아시아 산성비

모니터링 네트워크 사업」 등의 병행발전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대기오염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자고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한·중·일 3국이 월경성 대기오염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ㆍ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 환경협력고위급회의에서 한·중·일 3국과 몽골, 러시아의 대표들은, 이미 우리나라 국립환경연구원내에 설치된 「동북아 환경데이터 및 훈련센터」에 대해 재정지원과 수행업무(Mandate)를 부여함으로써, 동북아지역 환경상태와 오염물질의 이동에 대한 연구ㆍ분석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지역의 환경오염 문제는 한·중·일 모두가 공동책임 및 공동부담의 원칙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환경개선 노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은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지원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는 원인과 결과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데에 고도의 과학성이 요구된다. 유럽의 산성비협상과정을 보면 먼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지역협약을 체결하고 그 다음에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의정서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에 왔는데, 이러한 협상방식을 동북아지역의 월경성 환경오염 협상에서도 원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어떤 추진체제가 바람직한가?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를 위시하여 동북아 환경협력회의, 동북아 환경협력고위급회의 등 기존 협력채널의 역할을 제고하고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한·중·일 3국간 지역환경협정을 체결하여 분쟁해결의 절차와 관행을 마련하고, 실효성 있는 지역환경협력기구를 창설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 2월의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를 계기로 3국간의 협력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한·중·일 3국 환경장관은 동북아 지역의 실질적인 환경협력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동 회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

고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공동조사 연구, 산성강하물 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축사업, 동북아 환경데이터 센터의 발족, 황해연안 오염저감사업 공동추진 등 9개 사업추진에 합의 함으로써 동북아 환경문제에 3국이 공동 대처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지난 3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6차「동북아 환경협력고위급회의」는, 동북아 환경협력프로그램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핵심기금을 설치키로 하는 등 협력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Vision Statement를 채택함으로써 동북아 환경협력의 기반을 마련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동북아지역 환경협력체제를 제도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협력채널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동협력사업의 우선순위 결정 등 지역협력의 전반적인 의제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은 한ㆍ중ㆍ일ㆍ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국 환경장관회의를 비롯한 정부차원의 기존 협상채널들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그룹을 통한 공동조사ㆍ연구, 학술교류와 비정부기구간의 상호 교류ㆍ협력은 지역공동체 의식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크게 제고시킬 수 있으며, 국민들의 여론형성을 통하여 정부간 협상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되므로 이 그룹들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체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5. 재정문제는 어떻게 풀어 나가는 것이 좋은가?
지역차원에서의 월경성 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ㆍ연구 활동과 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한·중·일 3국간의 협력은 현안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동기금의 설립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 협력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누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부담토록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참가국의 재정능력에 따른 재원분담을 원칙으로 분담방식을 결정하고 국제기구의 다자금융을 지원 받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동북아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과정에서 재정분담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자관계에서 중국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보다 지원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다자간 지역협력채널을 통한 재정지원에는 소극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한ㆍ중ㆍ일 3국은 국제적인 흐름에 맞추어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지역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므로, 환경분야에서도 3국간의 협력시스템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3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환경피해의 가해자에게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원칙에 따라 재정적인 부담을 지우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할뿐더러 협상 자체의 진전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분담의 문제는 정치적ㆍ경제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 부담원칙(Victim Pays Principle) 또는 수혜자 분담의 개념을 원용, 피해자가 오히려 재정확보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요망되고 있다. 오염이 심한 중국의 국내 환경오염 해결에도 기여하고, 환경기술ㆍ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해서도 중국에 대한 재정적ㆍ기술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V. 결어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은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환경오염물질의 국가간 이동으로 환경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역내 국가간 환경협력관계는 지금까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환경분쟁에 대비하고 지역 환경현안의 공동 해결을 위해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 환경협력은 최종적으로 구속력 있는 환경협약이나 지역기구의 창설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역내 국가들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라는 생각을 갖고서 발전정도에 상응하여 협력하고 기여하여야 한다. 최근 중국이 자국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강력한 국내 환경대책의 시행과 환경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확대를 추진해 나가고 있어, 앞으로 지역내 월경성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도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동북아지역의 월경성 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체제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국민적 여론이나 정치적 지지가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 주어야 하며, 국가간 협상의 동기를 부여하고 협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추진체제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최근에 한ㆍ중ㆍ일 최고 환경당국자간 협력채널로  3국 환경장관회의가 개최된 것은 지역 환경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것으로 높이 평가된다. 금년 7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UNEP이 함께 주관하는 동북아 환경정책에 관한 국제 웍샵이 우리나라에서 열려. 동아시아 지역의 환경분쟁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된 것도 국가간 환경분쟁에 대한 그간의 우려와 관심이 높아진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 동북아 지역, 특히 한ㆍ중ㆍ일 3국의 복합적인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지역 환경협력과 협상과정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가능한 일이다.
동북아지역에서의 환경협력이 성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효율적인 협력체제를 어떻게 마련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으나, 정치ㆍ경제 등 주변 여건의 향방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정치적ㆍ경제적으로 지역적인 블록을 형성하면서 통합해 나가고 있으므로 동북아 지역도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며, 환경분야에서의 협력관계 형성이 포괄적인 지역협력관계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따라 조만간 거대한 세계환경시장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여건 변화도 지역 환경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